본문 바로가기
2. 심리학

임상의 실제- 분석상황 구성 요소 (5)

by 아미칩 2023. 3. 17.

| 이상화와 평가절하
한 대상을 향해 현실적•객관적 기준을 넘어 지나치게 좋게 평가하거나 역으로 객관적 이유없이 매우 낮은 평가를 내리는 것이다.
아이들은 양육자의 전능성에 대한 기대와 환상을 갖는다. 전능하고 자애로운 권위자가 자신들을 보호해줄 것이라는 기대와 환상은 그들이 세상을 대면하면서 만나는 위험에서 완층 작용을 해준다. 또한 사람의 관계에서 핵심적으로 보여지는 것이 이상화(dealization)다. 성숙한 사랑일수록 보다 그 이상화가 유연성을 띠지만, 성숙되지 못한 사랑의 양상은 원초적이고 극단적인 이상화의 형태를 띠고 갑작스러운 평가절하로 이어지게 된다. 이상화가 극단적일수록 실망은 강하고도 급작스럽게 찾아오고, 평가절하는 당연한 귀결이 된다.
즉 양육자나 권위자에 대한 기대와 사랑이 급격한 실망을 겪고 건강한 자기애의 형성에 손상을 입은 경우, 타인을 이상화해 그 대상을 자신의 자존감과 자기기능을 충족시켜주는 대상으로 사용하다가 이상화가 깨어지는 시점에 가차없이 평가절하할 확률이 높아진다. 극단적인 이상화와 평가절하는 주로 의존적 자기애적(dependent narcisistic) 성향에서 보여진다.

| 투사, 내사 및 투사적 동일시
투사와 내사는 매우 원초적인 방어기제다. 한 개인 자신과 세상과의 경계선이 물감 번지듯 흐려져 있는 것이다. 자신에게서 일어난 현상을 외부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경험하는 것이 투사이고, 외부에서 일어난 것을 자신에게서 생겨난 일로 경험하는 것이 내사다. 이 두 과정이 함께 일어날 때 투사적 동일시를 이룬다. 투사적 동일시라는 것은 자신의 경계 내에서 발생한 것을 외부 대상이나 현상으로 투사하고 그 대상과 심리적인 연결을 유지한 채, 대상이 보이는 어떠한 양상을 자신과 연관된 것으로 내사해 경험하는 것을 말한다.
투사하고 투사받는 두 사람 사이에 긴밀한 무의식적 연결성이 생겨나므로 실제 상대방의 내면을 직감적으로 읽고 반응하는 상태가 만들어질 수 있다. 서로 사랑하는 관계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성숙하지 못한, 매우 상호의존적인 사랑의 관계에서는 수많은 오해와 상처가 증폭되게 하는 기전으로 작용한다. 자기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매우 부정적인 요소를 대상에게 투사해 대상이 실제로 그러하다고 믿는 것이다.
예로서 상대방이 나를 시기하고 질투하거나 미워한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내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 공격성, 부러움 등이 인식되지 못한 채 상대에게 투사되어 그 상대가 나를 시기 • 질투하고 미워한다고 감지하고, 그의 모든 행동을 그런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그 대상의 내면에서도 내가 투사하는 내용의 감정이 불러일으켜질 수 있다. 그것이 보다 무의식적으로 작용하게 되는 투사적 동일시의 등하는 이와 같은 부정적 내용의 투사기제가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투사의 기제가 패턴화될 때 편집적 성격 유형이 형성된다고 본다. 내사 또한 매우 파괴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투사가 특정한 심리적 내용을 외부로 단지는 것이라면, 내시는 외부의 내용을 자신의 내면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애착의 대상을 상실했을 때 그것을 애도하지 못하고 상실을 내사해 자기의 부분이 쓸모없거나 공허한 것으로 경험하고 끝없는 자기 공격을 할 수 있다. 학대받는 어린아이들의 경우에 부모의 부당한 미움이나 공격을 내사해 자신이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고 믿는 것도 이러한 기제에 해당한다. 이러한 내사의 패턴화는 우울적 성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역으로 극심한 공격과 학대 속에서 이를 공격자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형태로, 즉 공격자를 내사하는 형태로 행동해 공포와 고통을 잊거나 통제하려는 양상을 보일 수 있다. 이러한 경우의 내사가 패턴을 이루면 정신병 질적/반사회적 성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 분열
복잡성을 띠는 경험을 제대로 소화할 수 없을 때, 즉 그 경험이 주는 두려움이나 혼란으로 인해 경험을 다양한 가치 제계로 구조화할 수 없을 때에 분열시키는 양상이 생겨난다. 하나의 측면만을 받아들이고 표현하며, 연결된 반대적 측면은 전혀 연관없는 것으로 단절시키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이 아직 양가적 감정이나 가치를 통합할 수 없을 때, 좋고 나쁨의 한쪽으로 극명히 분열된 반응을 보이는 것과 근본적 맥락을 같이한다. 현재 우리 모두는 이러한 분열의 양상 즉 선과, 남성과 여성, 성공과 열등, 부와 가난, 문명국과 테러집단 등의 분열된 가치가 매우 팽배한 세상에 살고 있다. 이는 현대를 사는 사람들 개개인이 분열 기제의 사용에 얼마나 익숙한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분열 기제의 패턴화는 경계선적 구조에서 주로 보여진다.

| 신체화
정신적인 내용들이 정신적 현상으로 드러나지 않고 신체적 증상으로 전환되는 것을 일차적으로 의미한다. 정신과 신체를 구분해서 다루는 문화적 태도 속에서 둘 사이의 깊은 관련성은 많이 소외되어왔다. 그래서 신체화되는 경향을 꾀병을 부리거나 책임을 지지못하는 미성숙한 경향으로 해석하고는 했다. 그러나 스트레스에 대한 가장 초기 반응은 신체적이다. 생의 초기로 돌아가 아기들의 반응을 보면 더 명백하다. 결국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있는 자아의 힘이 약하거나 스트레스가 너무 강한 경우에 신체로 향하는 영향력이 커진다고 할 수 있다. 초기 애착관계에 불안정성이 많고 트라우마의 경험이 있었던 경우, 자아의 통합성과 정서적인 대응능력이 약화되면서 스트레스가 신체적인 반응으로 이어질 확률이 커진다.
물론 충격이나 스트레스가 있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신체적 증상을 무조건 신체화의 방어기제로 해석하는 것은 분열적으로 단순화하는 오류다. 특정한 신체적 증상에 대해 객관적으로 드러난 이유를 찾을 수 없을 때 신체화의 기제를 떠올리는 것이다. 이러한 기제가 패턴화 되면 신체화의 현상을 보이게 된다.

댓글